서 론
재료 및 방법
공시재료 및 재배방법
밀 품질특성 분석
밀 미량원소 및 기능성 성분 함량 분석
통계분석
결과 및 고찰
농업적 특성 조사 결과
일반성분 및 무기물 함량 분석결과
총폴리페놀, 총플라보노이드, 총안토시아닌 함량 분석결과
적 요
서 론
밀(Triticum aestivum L.)은 벼, 옥수수와 함께 재배면적이 넓은 작목으로, 전세계 인구가 섭취하는 칼로리의 19%를 제공하는 주요 식량작물 중 하나이다(Braun et al., 2010; Shiferaw et al., 2013). 대부분의 국가에서 밀은 주로 밀가루로 제분되어 빵이나 면과 같은 식품으로 가공된다.
국내 밀 품종은 주로 백색의 백립계나 적색의 적립계로 분류되나, 최근에는 기능성 물질인 폴리페놀, 안토시아닌, 탄닌이 풍부한 유색밀 품종인 ‘아리흑’, ‘아리진흑, ‘아리흑찰’ 등이 개발되어 재배되고 있다(Jin et al., 2021; Saini et al., 2021; Sytar et al., 2018). ‘아리흑’은 흑밀과 신미찰을 교배하여 개발되었으며, 높은 cyanidin-3-O-glucoside와 peonidin-3-O-glucoside 함량으로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Kim et al., 2019). ‘아리진흑’은 빠른 성숙기와 높은 색소 함량이 특징이며, ‘아리흑찰’은 안토시아닌이 풍부하고 아밀로스 함량이 낮아 통밀가루 형태로 제빵 및 제면적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Kim et al., 2021).
밀의 종피색은 색소의 종류 및 위치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예를 들어, 황색은 카로티노이드에 의해, 적색은 카테킨과 프로안토시아닌에 의해 배유에 축적되어 나타난다(Himi et al., 2011). 유색밀은 안토시아닌이 축적되는 위치에 따라 다른 색으로 나타난다. 자색밀은 종피에 안토시아닌이 축적되어 나타나며, 이는 Pp-B1 (7BL), Pp-D1 (7D), Pp3 (2A) 유전자 등에 의해 조절되는데, 이 중 Pp3 유전자는 안토시아닌 생합성 단계의 bHLH-MYC 조절전사인자를 통해 안토시아닌 농도를 조절한다(Jiang et al., 2018; Shoeva et al., 2014). 청색밀은 배유에 안토시아닌이 축적되어 나타나는데, 이는 야생밀인 Thinopyrum ponticum, Triticum monococcum L. spp. aegilopoides, Th. bessarabicum 등에서 유래된 Ba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Burešová et al., 2015; Garg et al., 2016; Zeller et al., 1991). 흑색밀은 종피와 호분층에 안토시아닌이 골고루 분포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자색밀인 ‘purple 12-1’과 청색밀인 ‘blue-purple 114’를 교배하여 ‘black 76’이라는 흑색밀을 개발하였고 일본, 오스트리아, 우크라이나 등에서도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은 흑색밀 품종을 개발한 바 있다(Beta et al., 2019; Bohmdorfer et al., 2018; Garg et al., 2016; Garg et al., 2022; Masisi et al., 2016; Rybalka et al., 2020; Sharma et al., 2018). 유색밀에 풍부한 안토시아닌과 페놀산은 세포 내 활성산소를 제거하는 항산화작용을 통해 항염, 항암, 항당뇨, 노화예방 등의 효능이 있다(Lin et al., 2017; Luthria et al., 2015). 기능성 성분 분석에 따르면, 흑색밀이 총 페놀 함량과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이 가장 높으며, 이러한 기능성 물질은 종피를 제거하지 않은 통밀가루에서 더 높게 나타난다(Li et al., 2015).
밀은 식이섬유, 미량원소 등 중요한 영양성분을 함유하고 있다. 특히, 밀의 식이섬유는 소화되지 않지만 식품의 점도를 높여 전분의 소화를 촉진한다(Angioloni & Collar, 2011; Dhua et al., 2021). 또한, 철, 칼슘, 아연과 같은 미량원소는 각각 헤모글로빈 형성, 뼈 구성, 뇌 건강에 필수적이다(Saini et al., 2021). 최근 수식, 풍식, 화학농법 등으로 인하여 토양 내 무기물 등 미량원소가 고갈되고 있으며, 이는 전세계 20억 인구가 ‘숨겨진 기아(hidden hunger)’에 노출되는 원인이 되었다(Saltzman et al., 2014). ‘숨겨진 기아’란 충분한 칼로리를 섭취하지만 필수 비타민 또는 무기질이 부족한 현상으로 영양실조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으며, 빈곤국 뿐만 아니라 주식이 밀, 옥수수 등의 곡물인 선진국에서도 영양불균형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Bamji et al., 2021). 이는 면역 및 인지발달 저하로 이어져 심각한 경우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최근 작물육종 또는 무기물 강화 시비법(biofortification)을 통하여 식량작물 내 무기물 함량을 높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Bamji et al., 2021; Lowe, 2021; Ryoo, 2012). 유색밀은 이러한 미량원소를 더 많이 함유하고 있으며, 특히 녹색밀과 청색밀은 아연과 칼슘의 함량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Ma et al., 2018; Tian et al., 2018).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로 식량작물의 영양학적 가치가 중요해지고 있는 가운데, 유색밀은 항산화 물질과 미량원소 등 영양성분이 풍부하므로 기존 품종과 교배하여 유용형질을 도입할 수 있다.
본 시험에서는 농촌진흥청 국립식량과학원에서 육성된 밀 품종인 ‘금강’, ‘탑동’, ‘아리진흑’과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분양받은 청색밀 ‘IT016425’을 이용하여 농업적 특성과 일반성분 및 기능성 성분을 분석하였다. ‘IT016425’는 국내 육성 품종에서 찾아볼 수 없는 청색을 보유하고 있으며 단백질, 글루텐을 비롯하여 총 플라보노이드, 총 페놀 함량 등을 분석하여 영양학적 특성을 국내 품종에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재료 및 방법
공시재료 및 재배방법
본 시험에서는 ‘금강(백색)’, ‘탑동(적색)’, ‘아리진흑(흑색)’ 등의 국내 품종과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분양받은 ‘IT016425 (청색)’를 시험 재료로 사용하였다(Fig. 1). 각 품종을 2021년 10월 25일과 2022년 10월 25일에 국립식량과학원 남부작물부(경남 밀양) 교배친 포장(답리작)에 N-P2O5-K2O를 9.1-7.4-3.9 kg/10a로 시비하고 품종 당 4.5 m2 면적에 30 × 15 cm로 점파하여 재배하였다. 재배기간의 평균 기온은 9.2°C로 평년대비 0.1°C 낮았고, 누적 강수량은 158.5 mm로 평년대비 237.6 mm 적었다. 간장, 수장, 망장, 주당수수는 생리적 성숙기에 시험구 당 30개체를 대상으로 조사하였다. 생리적 성숙기로부터 7일이 경과한 뒤 수확하여, 건조, 탈곡 후 천립중과 리터중을 측정하였다. 출수기, 성숙기, 간장, 수장, 주당수수, 천립중, 리터중 등의 농업적 특성은 농촌진흥청 연구조사분석기준(RDA, 2020)에 준하여 조사하였다.
밀 품질특성 분석
수확한 밀 종자는 정선 후 수분함량 16%가 되도록 템퍼링하여 소형제분기(Brabender Quadrumat Junior mill, Brabender OHG, Duisburg, Germany)로 제분하였다. 제분한 밀가루의 단백질 함량은 LECO FP628 (Laboratory Equipment Co., St. Joseph, Mich., USA)을 이용해 AACC method 46-30.01에 준하여 분석하였다(AACC, 2010). 글루텐 함량은 Glutomatic 2200 (Perten Instruments AB, Huddinge, Sweden)을 이용하여 AACC method 38-12.02 (AACC, 2010)로 측정하였다. 침전가(SDS-sedimentation)는 Axford et al. (1979)의 방법으로 측정하였으며, 실험 결과는 밀가루 수분함량 14% 기준으로 보정하였다(Axford, 1979).
밀 미량원소 및 기능성 성분 함량 분석
제분한 밀가루의 미량원소 및 기능성 성분 함량은 한국농업기술진흥원에 의뢰하여 분석하였다. 무기물 9종(칼슘, 칼륨, 인, 나트륨, 마그네슘, 철, 아연, 망간, 구리)의 분석은 AOAC의 무기질 분석법에 따라 실시하였고(AOAC, 1990), 황은 ASTM D1552-03 standard 방법에 의해 분석하였다(ASTM International, 2000). 총 식이섬유 함량은 AOAC법에 준하여 효소중량법(enzymatic-gravimetric method)으로 측정하였다(AOAC, 2000). 총 폴리페놀, 총 플라보노이드, 총 안토시아닌 함량 등 항산화 성분은 흡광도법을 이용하여 분석하였다(Singleton & Rossi, 1965; Zhishen et al., 1999; Gross, 1987).
통계분석
통계분석은 SAS 9.2 (SAS Institute In. Cray, NC, USA)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분산분석을 실시하였으며 Duncan의 다중검정으로 유의성을 검정하였다(P<0.05).
결과 및 고찰
농업적 특성 조사 결과
‘IT016425’는 답리작 조건에서 출수기와 성숙기가 각각 5월 4일과 6월 10일로, ‘금강’보다 출수기가 22일, 성숙기가 8일 늦었다(Table 1). 이는 시험에 사용된 다른 품종들의 평균 출수기인 4월 16일 및 평균 성숙기인 6월 2일에 비해 각각 17일 및 7일 늦은 것이다. 이러한 결과는 ‘IT016425’가 국내 표준 재배 환경에 맞지 않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 ‘IT016425’의 간장은 105.1 cm로 ‘금강’의 64.8 cm에 비해 40.3 cm 더 길었다. 이는 도복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면, 수장은 ‘금강’의 8.0 cm에 비해 0.2 cm 짧은 7.8 cm로 나타났고, 주당수수 역시 ‘금강’의 19.2개에 비해 3.8개 적은 15.4개였다. 천립중과 리터중은 각각 37.3 g과 749 g으로, ‘금강’의 46.8 g 및 791 g에 비해 가벼웠다. 이는 ‘IT016425’의 수량성이 국내 표준 품종에 비해 다소 미흡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IT016425’는 국내 재배 품종과 비교하여 출수일수가 길어 이모작 재배에 적합하지 않고 생육 및 수량성 등 농업적 특성이 불리하여 단독으로 재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IT016425’를 국내 도입하기 위해서는 국내 품종과의 교배를 통하여 출수기, 재배적성, 수량성 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Table 1.
일반성분 및 무기물 함량 분석결과
청색밀 유전자원 ‘IT016425’의 단백질 함량은 12.1%로 ‘금강’ 15.5%, ‘아리진흑’ 14.4%, ‘탑동’ 13.8%에 이어 가장 낮았다. 글루텐 지수는 흑색밀인 ‘아리진흑’과 ‘IT016425’에서 각각 44.1, 67.6으로 가장 낮았고, 침전가 또한 각 37.5 ml과 34.5 ml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총 식이섬유 함량은 ‘IT016425’와 ‘탑동’에서 각각 3.29, 3.16 g/100 g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Table 2). 대부분의 무기물 함량 또한 ‘IT016425’에서 높게 나타났으며, 특히 칼륨, 인, 마그네슘은 함량이 각각 230.64 mg/100g, 190.31 mg/100 g, 45.40 mg/100 g로 다른 시험품종에 비하여 가장 높은 값을 나타냈다(Table 3). ‘IT016425’는 기존 국내 품종과 비교하였을 때, 단백질, 글루텐 등의 특성이 매우 낮아 단독으로 가공에 이용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 식이섬유 함량과 무기물 함량이 높은 특성이 있으므로 기존 재배 품종에 관련 유전자를 도입하여 식량작물의 신수요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Table 2.
Table 3.
총폴리페놀, 총플라보노이드, 총안토시아닌 함량 분석결과
총폴리페놀 화합물은 flavonoids, anthocyanins, tannins, catechins, isoflavones, lignans 등을 총칭하며, 식물계에 널리 분포하는 2차 대사산물이다. 이러한 총폴리페놀 화합물은 활성산소의 유리기를 제거하여 항산화작용이 뛰어나 산화적 스트레스와 관련한 질병예방에 효과적이다(Ames et al., 1995; Dai & Mumper, 2010). 본 연구의 3개 시험품종 및 유전자원에 대하여 총 폴리페놀 함량을 분석한 결과, 흑색밀인 ‘아리진흑’이 140.76 mg/100 g로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청색밀 유전자원 ‘IT016425’이 132.83 mg/100 g으로 높은 값을 나타냈다(Table 4). 적색밀인 ‘탑동’은 110.47 mg/100 g로 상대적으로 낮은 함량을 나타냈다(P<0.05).
총플라보노이드는 밀의 겨층(bran layer)과 배아(germ)에 주로 분포하고 있으며, 높은 항산화능으로 항염, 항암작용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Dykes & Rooney, 2007; Kim et al., 2012).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금강(85.32 mg/100g)’, ‘탑동(80.85 mg/100 g)’, ‘아리진흑(73.59 mg/100 g)’, ‘IT016425 (72.75 mg/100 g)’ 순으로 나타났다. ‘아리진흑’과 ‘IT016425’는 총폴리페놀 화합물 함량은 높으나 총 플라보노이드 함량은 다소 낮게 나타났는데, 이들 품종 내 비 플라보노이드계 폴리페놀 함량이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Kim et al., 2012).
총안토시아닌은 식물에 광범위하게 분포하며, 지질대사 및 콜레스테롤 축적에 대해 약리적 작용을 하여 항비만 효과가 있고, 그 외에도 항산화, 항당뇨 등의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Ghosh & Konishi, 2007; Gupta et al., 2021; Kim et al., 2001). 청색밀에 함유된 안토시아닌은 delphinidin 3-rutinoside와 delphinidin 3-glucoside의 두 종류가 대부분이다. 총안토시아닌 함량 분석 결과, ‘IT016425’는 시험품종 중 유일하게 안토시아닌이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 유색밀의 기능성 물질 분석결과, 흑색밀의 안토시아닌 함량과 총 안토시아닌이 가장 높다고 알려져 있었으나(Sharma et al., 2020), 본 연구에서는 흑색인 ‘아리진흑’에서 거의 검출되지 않았다. Zhang et al. (2024)에 의하면 ‘아리진흑’의 종피에는 폴리페놀과 안토시아닌 함량이 높아 통밀로서의 가치가 높다고 판단하였다. 본 연구에서는 소형제분기를 이용한 제분과정에서 종피가 대부분 제거되어 항산화물질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사료된다. 반면 ‘IT016425’는 배유에 안토시아닌이 축적되어 있어 종피가 제거된 후에도 항산화물질 함량이 높게 유지되는 것으로 보인다(Fig. 2).
Table 4.
적 요
본 시험에서는 청색밀 유전자원 ‘IT016425’의 농업적 특성과 일반성분 및 기능성 성분을 국내 육성 품종인 ‘금강’, ‘탑동’, ‘아리진흑’과 비교 분석하여 유용 밀 유전자원의 국내 도입 가능성을 평가하였다.
1. 농업적 특성으로 유전자원 ‘IT016425’는 출수기가 ‘금강’보다 22일 늦어 국내 이모작 재배 환경에 적합하지 않으며, 간장이 105.1 cm로 성숙기에 도복 위험이 높다. 또한, 단백질, 글루텐, 침전가 등의 밀의 일반성분 함량이 낮아 단독 가공에 어려움이 있음이 확인되었다.
2. 기능성 성분으로 유전자원 ‘IT016425’는 식이섬유와 무기물 함량이 국내 품종에 비해 유의하게 높으며, 특히 칼륨, 인,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았다. 총 폴리페놀 함량은 흑색인 ‘아리진흑’과 청색인 ‘IT016425’에서 가장 높았고, 안토시아닌은 시험품종 중 유일하게 ‘IT016425’에서만 확인되었다. 유전자원 ‘IT016425’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독특한 청색을 띠고 있으며, 높은 무기물과 항산화 성분 함량으로 인해 기능성 밀의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3. 본 연구에서는 유전자원 ‘IT016425’의 농업적 특성이 국내 환경에 적합하지 않았으나 국내 품종과의 교배를 통해 유용 유전자를 도입하고 출수기와 간장 등의 농업형질을 개량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